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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알람이 두어 번 울리고 나서야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금방 따뜻해졌지만 이따금 몸에 닿는 벽은 차가웠다. 화요일에는 5시 15분까지 공강 없이 수업이 있다. 셔틀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고 지하철 역 계단을 올라가는데 문득 오늘 발표에 필요한 USB 메모리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집에 가서 메모리를 가지고 내려왔다. 수업까지는 20분이 남아 있었다. 셔틀 버스를 타면 늦을 것이다. 근처에 있는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가달라고 했다. 5분 일찍 도착했는데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과 사무실로 가서 노트북을 가져온 다음 교실에 발표를 위한 노트북과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수업은 5분 늦게 시작되었고 예정되었던 발표는 미뤄졌다. 12시 15분에 끝나야 할 수업은 제 시간에 끝나지 않았다. 1시 수업까지 시간에 댈 수 없을 것 같아 간이식당 매점에서 빵을 사먹으려 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들을 보니 무섭게 올라온 허기가 배를 찔렀다. 뚝배기 찌개를 주문하고 12시 55분까지 먹었다. 두부는 부드러웠고 찌개 국물에서는 화학 조미료의 맛이 났다. 밥을 다 먹은 후에도 허기는 가시지 않았다. 1시 수업은 세 시간짜리 연강이었는데 도쿠가와 막부의 후기 개혁과 조선 식민지의 특수성과 일본어와 한국어의 발음 차이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영어로 된 교재는 깊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조용히 앉아 수업 내용을 받아 적었다. 발밑에서부터 추위가 밀려왔다. 기록적인 한파가 밀려왔던 지난 주에 비해 날이 풀리자 학교에서는 실내 난방을 틀지 않았다. 벗어 둔 코트를 다시 입고 목도리를 둘렀다. 무릎과 손을 맞비비며 열을 내 보려 했지만 한기는 가시지 않았다. 다음 프랑스어 수업에서는 속사 구문과 대명동사, 몇 가지 동사의 과거분사형을 배웠다. 내 것이 되지 못한 문법 용어가 머릿속을 떠다녔다. 수업 중 잠깐씩 졸았는데, 졸다가 깨어나면 책의 몇몇 부분이 공백으로 남았다. 수업이 끝나자 군데군데가 빈 책을 덮고 교실을 나섰다. 몇몇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 저녁을 먹자고 했다. 누구는 이미 밥을 먹었고 누구는 학교에 없었으며 다른 누구는 답문을 보내지 않았다. 저 깊은 속에서 허기가 다시 올라왔다. 어두워진 교정을 천천히 걸어서 자하연으로 갔다. 윤기를 잃은 잡채밥과 멀건 국물 속에 고기가 떠 있는 스튜가 진열되어 있었다. 문득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발길을 돌려 셔틀 정류장으로 향했다. 하늘은 이미 어두웠고 반달이 떠 있었다. 액정 화면이 없는 MP3 플레이어는 무작위로 노래를 재생했다. 소녀시대와 토이, 베토벤의 소나타와 이름 모를 재즈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여섯시가 넘은 시간에 녹두로 가는 줄은 사람이 적었고 입구역으로 가는 줄은 길었다. 어두워지자 추위가 한층 심하게 느껴졌다. 긴 줄의 끄트머리에 서서 시간을 가늠했다. 7시까지는 강남역에 있는 학원에 가야 했다. 줄이 길지 않았다면 저녁을 먹고 갈수 있었겠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다시 학원을 가지 않을 것인지, 저녁을 먹고 늦을 것인지, 그냥 갈 것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초콜렛 하나를 사들고 지하철을 탔다. 2호선을 순환하는 전동차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사당과 교대를 거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렸고, 강남역에 다다르자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사람들에 밀려 교통 카드를 찍고 나오니 화장품 샘플을 나눠주는 여자들이 잇따라 손을 내밀었고 휴대폰 상인들의 호객하는 소리가 음악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학원 강사가 오랜만이라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일주일에 5일을 가야 하는데 보통 이틀에서 사흘 정도 갔으니 그러한 표정을 지었을 법 하다. 결석이 많고 예습을 하지 못한 강의에 주의를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나의 현재 학습 현황, 시험 합격 가능성, 효율적인 공부 방법 등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었지만 단념하고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학원을 나와 역으로 걸어갔다. 새롭게 단장된 거리에서는 검은 코트를 입은 직장인들이 길에 서서 무엇을 마시러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연인들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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